국내 백화점 업계에서 약 10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층별 상품 구성 방식이 점차 사라지고 있어요. 과거에는 여성 패션, 남성 패션, 잡화, 식당가처럼 비슷한 상품을 같은 층에 모아 배치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어요. 이러한 구조는 고객이 특정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목적을 가지고 방문하는 쇼핑 환경에 적합한 형태였죠. 그러나 최근 백화점은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닌 경험과 체험을 제공하는 복합 공간으로 변화하면서 매장 구성 방식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서울 여의도의 더현대서울을 예로 들 수 있어요. 더현대서울은 기존에 해외 패션 브랜드 층으로 운영되던 2층의 간판을 없애고 다양한 상품군을 한데 섞는 ‘믹스매치’ 방식을 도입했어요. 스트리트 브랜드와 스포츠웨어, 요가복 브랜드 매장을 한 층에 함께 배치하고, 그 사이에 카페와 현대미술 갤러리를 넣어 쇼핑과 문화, 휴식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도록 했어요. 기존의 카테고리 중심 매장 구성에서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공간으로 재구성한 것이죠. 이러한 변화를 통해 해당 층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1% 증가하는 등 실제 매출 성과로도 이어졌고, 두 개 이상의 상품군을 함께 구매하는 비율도 33%로 나타났어요. 다른 층의 평균인 20.4%보다 높은 수치이죠. 서로 다른 상품군을 함께 배치할 때 연계 구매 효과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그동안 백화점의 전통적인 층별 구성은 1930년 국내 최초 백화점인 미쓰코시 경성점이 문을 열면서부터 시작된 방식이에요. 약 95년 동안 유지되어 온 이 불문율이 최근 들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죠. 이러한 변화의 핵심은 백화점이 목적형 쇼핑 공간에서 체험형 공간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에요. 고객들이 물건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트렌드를 경험하고 시간을 보내기 위해 백화점을 찾기 시작하면서 이에 따라 쇼핑과 식음료, 문화 콘텐츠가 결합된 복합 공간이 중요해졌어요. 현대백화점은 공간 전략 변화에 맞춰 조직 구조도 개편했다고 해요. 기존에는 상품군 중심의 MD 전략팀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공간 기획 중심의 조직으로 재편되고 있죠. 상품 중심의 진열 방식 보다는 고객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중심으로 공간을 구성해야 하는 것이 주된 변화예요. 이 같은 흐름은 다른 백화점에서도 나타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신세계백화점은 원래 식품관과 푸드코트, 카페가 중심이던 지하 1층을 최근 향수와 화장품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키는 리뉴얼을 진행했어요. 과거 백화점 업계에서는 향이 중요한 화장품 매장 주변에는 음식점이나 카페를 두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었는데 이러한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고 식음료 공간과 뷰티 매장을 함께 배치한 거죠. 결과는 긍정적이었어요. 리뉴얼 이후 3주 동안 매출은 전년 대비 45% 증가했고, 방문 고객 수도 20% 이상 늘어났어요. 특히 20~30대 젊은 고객 비율이 크게 증가했어요. 식품과 화장품을 동시에 구매하는 고객도 늘었났어요.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해당 공간 방문 고객 10명 중 4명은 식품과 화장품을 함께 구매했다고 해요.
롯데백화점 역시 비슷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어요. 롯데백화점 본점 3층은 원래 컨템포러리 의류 중심 매장이었지만, 핸드백과 신발을 판매하는 롱샴 매장을 입점시키고, 글로벌 선글라스 브랜드 젠틀몬스터 매장과 마주 보는 위치에 고급 커피 브랜드 바샤커피 매장을 배치하는 등 변화를 꾀했어요. 이를 통해 고객이 층을 이동하지 않고도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죠. 고급 의류를 구매하러 온 고객이 같은 층에서 선글라스나 가방, 신발을 함께 쇼핑할 수 있도록 동선을 설계한 거죠. 동시에 쇼핑 중간에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해 체류 시간을 늘리는 효과도 노렸어요. 이러한 매장 구성은 자연스럽게 연계 구매를 유도하는 구조를 만들어요. 고객은 한 층에서 다양한 상품군을 접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소비를 하게 돼요. 백화점 입장에서는 매출 상승과 고객 체류 시간 증가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어요.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온라인 쇼핑 확대와도 관련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어요. 온라인에서 상품 구매가 쉬워진 만큼 오프라인 매장은 경험 중심 공간으로 변해야 한다는 것이죠. 결국 앞으로의 백화점은 상품을 진열하는 공간이 아니라 취향을 발견하고 시간을 보내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돼요. 이러한 변화 속에서 층별 상품 구성이라는 전통적 방식은 점차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새로운 공간 전략이 백화점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으로 보여요.